2021.12.25-26(토,일)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산으로 향한다....
익숙하고 편안한? 곳으로 선택한 산은...
장안산~
텐트를 설치할 예정지인 억새 군락지에 도착하여
바람이 덜 드는 곳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이미...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버렸고
주변을 감싸는 한기는 온몸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이른 저녁 식사 후...
텐트 밖 하늘에는 별이 쏟아지고 있는데, ㅎㅎ
별사진 담으러 밖으로 나갈 용기가 생기지가 않는다~
아내는 핫팩 3-4개와 뜨신 날진 물통,
나는 핫팩 2개에 의지해서 침낭안에서.... 이른 취침 시도~
지면이 약간 기울었지만,
바람을 잘 막아주는 지형이어서
비교적 흔들리지 않는 텐트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약 영하21도 정도를 표시하는 온도계를 마주하면서
아침 맞이를 위해 텐트밖으로 나선다~
주변 곳곳에 상고대가 피어있고
대기가 아주 깨끗한 상태여서
아침 기운이 매우 정갈하다~
백운산 정상부 뒤쪽에서...
이미 해가 올라온듯한데,
정상부에 가려진 이곳은
아직 아침 햇살이 펼쳐지지 않고 있다,,,
억새 군락지는
생육환경 개선?을 위해
모두 정리가 된 상태여서
주변 환경이 좀.... 깔끔하다...ㅎ
이곳 장안산 억새 지역은
접근이 쉬운 천미터대 높이를 하고 있지만
해가 뜨는 동쪽 위아래로 백두 대간이 이어지고 있어서
저 멀리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해를 맞이할 수 없다...ㅎㅎ
오늘은 그중에서도 높은 백운산 뒤편에서
일출이 진행되고 있다..
능선상의 나무에는
상고대가 순백으로 펼쳐져있어서
장안산에서의 아침맞이가
좀... 뭐랄까... 청결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리산 주능선이
손내밀면 잡힐 듯이
가까운 곳에 펼쳐져있다..
+
시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시게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마시게
그것은 상징일 수도 있고
던져진 느낌일 수도 있고
느낌 그 자체, 분위기일 수도 있네
느낌 너머의 느낌의 그림자를 느끼면 되는 일일세
그림을 보듯 하고
음악을 듣듯 하시게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말고
그냥 건너다보시게 훔쳐 가시게.
+
오랜만에 백패킹 배낭을 멘, 아내는...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올 겨울 최강 한파가 예정되어있는 날에
산에 들어오게 되어....ㅎㅎ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
텐트 속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보니...
사진상 구도 변경에 한계가 있지만,
자리를 조금씩 옮겨가면서
또, 이른 아침 산행객을 이용하여....
사진을 담아본다~
상당히 낮은 아침 기온이 이어지고 있지만,
카메라 작동에는 문제가 없어서.... 다행~
이제 텐트가 있는 곳에도 햇살이...
주변 나무에 피어있는 상고대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습도가 많이 높지 않아서인지
상고대 형성이 크게 되지는 않았지만,
겨울 아침 분위기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ㅎㅎ
이 나무에 상고대가 좀 많이 형성되었다면
멋진 그림이 그려졌을 것인데...
텐트가 있는 곳의 서북쪽에 언덕이 있어서
바람과 한기가 좀 막혀있다 보니,
상고대가 다른 나무보다 약하게 형성되어있다..
아쉽기는 하지만
이 나무와 인근 나무들의 모양이 좋아서
이런저런 사진을 담아보게 된다~
우측에 있는 나무들이
북서쪽 사면에 있어서
상고대 형성이 좋은데...ㅎ
아침 햇살이 순광으로 비추고 있다 보니,
사진상으로는 좀....
여튼, 맨 눈으로 보는 모습은 아름다워~
억새 전망 데크에 올라서
주변을 조망해본다....
장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능선으로 연결된 가지 능선상의 나무들이
새하얗게 물들어 있고
그곳에 아침 빛이 내려주니....
곱다~
이곳 데크 전망대가...
상당히 넓게 형성이 되어있어서
백패커들에게 인기 있는 박지이고,
나도 이 데크에서 여러번 묵었었다...ㅎ
sns에 있는 저번 주말 사진을 보니,
데크위에 텐트가,,,, 초만원 상태였는데,,,,
이번에는 한 팀이 보이지가 않는다...
아마~
주말 예보에, 강원지역에 폭설이 있다고해서
심설 백패킹을 원하는 이들이, 대부분...
강원도로 향한것이 아닌가 하는 뇌피셜~
데크에서 조망하는
남덕유 방향의 모습...
소나무 두 그루와 하얀 상고대가 운치있게 연결되어 있고...
아래사진....
멀리 남덕유와 서봉이 하얗게 변해서 보이고 있는데...
살짝... 구름 혹은 눈날림이 스며들어 있으니,
아련하다~
아침 시간이 흘러가면서
상고대가 더 진해지고 있는 느낌..
지리산 방향쪽
작은 능선 세개가.....
순백으로 빛나면서......
**
등장 가자. 등장 가자.
하느님 전에 등장 갈 양이면 무슨 말을 하실는지.
늙은이는 죽지 말고, 젊은 사람 늙지 말게.
하느님 전에 등장 가세.
원수로다 원수로다. 백발이 원수로다.
오는 백발 막으려고 오른손에 도끼 들고, 왼손에 가시 들고,
오는 백발 두드리며, 가는 홍안 걸어 당겨
청사로 결박하여 단단히 졸라매되
가는 홍안 저절로 가고 백발은 스스로 돌아와,
귀밑에 살 잡히고 검은 머리 백발 되는 조여청사모성설이다.
무정한 게 세월이라.
소년 행락 깊은들 왕왕이 달라가니,
이아니 광음인가.
천금준마 잡아 타고 장안 대도 달리고자,
만고강산 좋은 경치 다시 한 번 보고지고,
화조 월석 사시 가경 눈 어둡고 귀가 먹어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어 하릴없는 일일세
슬프다, 우리 벗님, 어디로 가겠는고?
구추 단풍잎 지듯이 선뜻선뜻 멀어지고,
새벽 하늘 별 지듯이 삼삼오오 스러지니,
가는 길이 어드멘고, 어여로 가래질이야.
아마도 우리 인생 일장춘몽인가 하노라.
춘향전... 백발가
***
장안산 정상부의 둥근 머리는...
백발가의 설움보다 더 빠르게
더욱 하얗게 변해가고 있다...ㅎㅎ
그런데...
장안산엔 설움은 없고....
순수함만 더해지고 있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이 나무도...
아침 바람과 함께 백발이 더욱 많아진 느낌~
작지만 위세등등하다~
반대편으로 다시 한번 이동해본다..
뭐~
태양의 고도가 높아지고 있어서..ㅎ
일출시보다는 화려함이 약해졌지만,
아침 햇살이 비추고 있는 상고대의 모습은
여전히 아름~
일출 시간이 한 참 지났음에도,
온도계 수은주가 올라가지 않는다...ㅎㅎ
하지만,
대기에 비치는 양의 기운이 있으니,
피부로 느껴지는 한기는
조금 전보다 훨씬 낮아져있다...
렌즈에 끼워져있던
nd 필터를 제거하고......
나무 가지의 상고대와 텐트를 소재로
몇 컷 더 담아보기로 한다~
상고대가 둘러싸고 있는 텐트의 모습이
좋아보여서 왔다리갔다리하면서 사진을 담아보았는데...ㅎㅎ
파란 하늘에
하얀 상고대 가지가...... 청명하게....
내 마음도 청명해지는듯...ㅋ
+
겨울 나목
양광모...
알몸으로도
겨울 이겨내는
네 삶 눈부셔라
한 백년쯤이야
하늘 높이 쭉쭉
가지 뻗으며 살아야 한다고
헐벗은 가슴으로도
둥지 한두 개쯤
따뜻이 품으며 살아야 한다고
눈 내리면 눈꽃 피우며
봄이 아니라 겨울을
열렬히 살아야 한다고
너는 아무런 말 없이도
알몸으로 눈시울 뜨겁게 만든다
**
태양이 고도를 높이고 있으니
수은주가 올라가고는 있지만
아직 영하10도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비교적 따듯한 햇살아래서
텐트를 정리하고,,,,
장안산 여정을 마무리한다~